한바탕 바람이 지나듯 시끌벅적 유세차가 지나간다. 남자들이 후보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아마도 대통령 선거라 각 당의 도의원 시의원들이 번갈아 가며 하는 듯하다. 오랜 세월 정치에 몸 담고 있는 지인이 선거의 꽃은 유세연설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깔끔하게 차려 입은 예쁜 언니야가 유세차를 타고 다니며 매..
최근에 한 친구가 발음이 잘 안 된다며 하소연을 해왔다. 그래서 그가 이야기하는 것을 유심히 들어보았더니 전체적으로 발음이 또렷하고 음색이 청아하며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단지 치읓과 티읕 발음이 잘 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일대일로 대화를 하거나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별로 문제가 되..
책을 읽다가 책 속에서 또 다른 책을 만나는 것은 어느 낯선 도시에서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경이롭고 가슴 떨리는 일이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듯이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가 소개하는 다른 작가의 글은 한 번쯤 읽어보고 싶어 한다. 나는 몇 년 전에 멋진 친구의 추천..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며,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온 우주가 내게로 오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참으로 공감 가는 말이다.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큰 것인지 만남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구절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한 통의 손편지나 곱게 포장된 선물처럼 누군가 다가오는..
“의심은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고, 오랜 신뢰와 헌신의 수준을 차례차례 부식시키며 더 낮은 수준으로 내려간다. 의심은 언제나 바닥을 향한다” 어젯밤 1시까지 책을 읽었다. 토머스 H. 쿡의 『붉은 낙엽』이라는 책인데 평범한 아니 단란한 일상을 살던 한 가정이 서서히 무너져 가는 내용이다. 어느 날, 옆집 ..
독서하기 좋고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하지만 펜데믹 시대, 코로나로 인해 어디 마음놓고 다닐 수가 없으니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멍하니 얼빠진 얼굴로 가만히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욱 마음을 가다듬고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예나 지..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많은 사람이 이 구절을 알고 좋아한다는 내용이 보인다. 같은 제목으로 노래를 발표한 어느 여자가수가 있다는 것도 눈에 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작든 크든 바람의 움직임으로 인해 살아야겠다는 ..
며칠 전, 유튜브 실시간 대화에 참여한 어떤 시청자가 내가 그날의 주제를 말하기도 전에 질문 하나를 던졌다. “직장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고요, 소통이 안 될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짧은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나의 뇌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질문에 답을 해, 말아? 그래도 처음으로 대화를 시..
나는 요즘 유튜브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에 올린 몇 편을 보면서 가슴이 뜨끔했다. 내가 사용하는 습관어가 크게 들어 왔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얼마나 불편했을까를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편집 영상은 틀린 문장이나 단어도 고칠 수 있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삭제할 수도 있지만, 라..
영화 미나리가 아주 인기다. 3월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결과에 따르면 3월28일 누적 관객 수 81만7259명을 달성했다. 80만 명을 넘어서서 100만 관객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의 관객 수에 들어가지 않는다. 영화를 좋아하는데도 개봉과 동시에 보거나 일찍 보는 편이 아니..
나는 요즘 한 밴드에 푹 빠져 있다. 책을 읽고 추천하며 감상이나 일상을 나누는 밴드인데 여기에는 작가들도 많고 책을 좋아하거나 다양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댓글과 답글도 많고 읽고 쓰다 보면 하루가 훅 지나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리더가 내 책을 소개했고 많은 회원이 댓..
한겨울에도 거의 눈이 내리지 않고 기온도 그다지 내려가지 않아 이곳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다고 했던 모 목사님의 말이 떠오른다. 그의 말에 공감이 되지만 백 프로는 아니다. 왜 그러냐 하면 가끔은 심하게 추울 때도 있으니까. 재작년 겨울, 집 근처 사거리 신호등을 지나가다 진기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늘..
“아이쿠야! 속만 썩이던 경자년 잘 가라카고 오는 신축년이나 잘 반겨 주라” 지인과 카톡을 하던 중 날아온 이 멘트에 몇 초간 어리둥절했는데 뒤이어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욕 같은데 욕이 아닌, 귀를 유혹하는 재미있는 문장이다.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힘든 한 해를 보낸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 있을 뿐 아니라..
스무 살 넘어 서른이 되기 전에 한 공중파 라디오 방송국에서 잠시 리포터를 한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은 구성작가가 따로 있었는데 진행자인 아나운서는 작가가 써준 원고를 그대로 읽었다. 방송을 워낙 오래 해온 베테랑 아나운서라서 그런지 눈으로 한 번 죽 훑어보고는 바로 진행을 했다. 그런데도 실수없이 잘..
구구팔팔 이삼사! 이삼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건배사로 최고의 히트를 쳤던 유행어이다. 하지만 요즘은 모든 것이 진화하는 세상인지 바이러스도 진화하고 이 유행어도 진화하여 ‘구구팔팔 복상사’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구구팔팔 이삼사’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 앓다가..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참 시원하다. 하늘 정원 앵두나무와 블루베리 나무의 잎들이 노르스름하며 불그레하게 물들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다락방에 앉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유튜브 영상물 내레이션을 하는 동안 풀벌레들이 노래하며 귀를 즐겁게 한다. 촉각과 시각, 청각, 후각 등 모든 감각을 통해서 뿐..
올해는 유난히 바빠서 애지중지 가꾸던 옥상 하늘 정원 식물들을 많이 사랑해 주지 못했다. 그러다 며칠 전 조금 일찍 퇴근을 한 날, 모처럼 하늘 정원을 찾았다. 드문드문 비어 있는 공간이 많이 보인다. 부추는 노란색으로 염색한 여자가 머리를 헝클어 놓은 듯하고 상추와 치는 대가 제 마음대로 자라서 씨앗이 ..
같이 걷고 있던 아들이 갑자기 한마디 한다. “엄마, 신발이 돌을 밟았다.” 그래서 “신발이 돌을 밟았어?” 라고 물으며 신발 밑을 보니 진짜 돌이 있었다. “많이 아팠겠구나” 라며 돌을 끄집어냈더니 아들이 또 말한다. “그런데 돌이 사탕처럼 생겼다” 이번에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들이 블록으로 무엇..
‘코로나 바이러스는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다’ 이 구절만 보고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느냐며 비아냥거릴 수 있겠지만 조금만 참고 끝까지 읽어보자. ‘일단 와이프가 어디 여행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 아무것도 쇼핑하지 않는다.<중략>... 가장 좋은 건 와이프가 하루 종일 입에 마스크를 덮고 있..
나는 지금 병원이다. 며칠 전 삼중추돌 사고를 당했다. 폐차를 권유받을 만큼 차가 부서진 것에 비하면 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파열되는 등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한 상태이고 염좌로 온 몸이 쑤시고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다. 몇 년 전에도 사고를 당해 한 달간 입원을 했고 퇴원 후 6개월을 아..